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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와 잘못된 판단의 연속... 직장생활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0. 8. 22. 22:30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사람들 말이 맞다. 불특정 다수의 보편타당한 말들은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완벽에 가깝게 도전하는 IT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니, 우리는 그저 인간적인 상태로 끊임없이 배우면서 좀 더 나아지길 바라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 완벽하지 않은 또 하나의 존재, 나도 처음 사회로 나간 이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실수와 잘못된 판단들을 했었다. 시기별로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첫 출근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나날들 속에서 나는 신입 사원들이 받아야 하는 회사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을 받고 바로 부서에 배치되어 실무팀에서 일을 배워 나갔다. 나에게 일을 가르쳐주시는 선배는 다행히 인내심이 많으신 분으로 기억된다. 일례로 한국 업체들의 생산이 본래의 주문 계약 내용대로 제대로 생산되고 있는지를 직접 생산 공장에 나가서 검사를 하시는 우리 회사 내의 다른 부서가 있었다. 주문 계약 내용에 처음부터 관여한 우리 부서는 검사를 담당하는 그 부서에 정확한 내용을 알려드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계약 원본을 인쇄하기도 하고 설명을 첨부하여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 당시의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이 방식은 정확도가 제품의 품질로 이어지는 중요한 것이었다. 어느 날, 신입인 내가 원본을 인쇄하기 시작하였는데 나는 그때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인 동작으로 하다 보니 어떤 부분은 선명도가 떨어지거나 약간 잘린 부분이 있어서 100% 완벽하지 않았다. 매뉴얼의 몇 페이지가 그렇게 된 것을 발견한 선배는 내게 이것이 100% 정확하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는 번거로움과 더 나아가 생길 수 있는 사건사고들을 다시 한번 설명하시며 강조하셨고 나는 인쇄 업무를 다시 해야 했다.
어느 정도 직장이라는 곳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을 무렵의 일이었다. 우리 회사는 우리 회사만의 고유한 컴퓨터 시스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것을 입력하는 것은 주로 비교적 나 같은 어린 직원들의 주된 업무가 되었다. 이른바 우리 회사 아이템(Item)의 정보를 시스템에 입력하는 것이었는데, 여러 가지 코드들(Codes)로 이뤄져 있었다. 다소 기계적인 업무였으나 그 아이템의 정보를 제대로 파악한 후 입력해야만 했다. 비슷한 아이템이 많다 보니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시스템 내에서 복사와 수정 입력 기능을 이용하곤 했는데 내가 오류를 범한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아이템의 라벨(Label)에 관한 코드의 일부를 복사 기능을 통하여 다르게 입력된 것을 수정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그 결과, 제품과 그 제품에 해당하는 라벨이 서로 맞지 않는 다른 것이 발주가 되는 사고가 생겼다. 물론 라벨을 부착하는 생산 공장에서 이상함을 발견하고 확인을 했어야 했다. 그 부분이 더 크게 부각되어 다시 진행하게 되었으나 애초에 내가 코드 입력이 잘못됨을 발견하고 제대로 수정을 했더라면 이런 문제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나도 승진을 하고 어느덧 내가 독자적으로 프로그램을 맡아서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만큼 시작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내가 담당하는 한국 업체들이 기준이 되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여 우리 회사 본사에 납품하도록 항상 확인해야 했다. 어느 날 업체 중에 그동안의 품질 결과로 봤을 때 꽤 믿을 만한 업체가 전화를 해서 구두로 나에게 상황 보고를 했다. 생산되어 나오는 제품들이 100% 정확하게 기준이 되는 표본 제품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납품하기에 별 이상이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나는 그 제품의 납기일과 우리 회사에 입고 되어야 하는 기한을 비교해 보니 시간이 촉박한 것을 알게 되었고 잠시 망설였다. 그 제품은 다른 동남아시아 나라에서 생산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로서는 당장 확인할 수도 없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배송이 빠르게 되거나, 좋은 수준의 화상/영상으로 확인할 수도 없었어, 며칠이 지난 후에야 실제 제품을 확인 가능했다.) 기한을 두고 고민을 하다가 그 업체를 믿고 그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제품 품질에 관한 최종 책임은 항상 생산자인 업체에 있긴 하지만, 중간에서 내용을 알고 그대로 진행을 하도록 묵과한 나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며칠 후, 부서장님께서 불 같이 화를 내시면서 나를 찾으셨다. 나는 왠지 이것이 문제인 것 같아 부름에 달려가니 역시나 그 제품이었다. 앞에 놓인 제품은 기준이 되는 표본과 달랐고 그 상태로 생산되면 안 되는 수준이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도 않고 무엇을 믿고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냐고 하시며 심하게 꾸짖으셨다. 할 말이 없었다. 다시는 확인 없이 진행하지 말라는 말씀으로 끝났고, 그 업체는 처음부터 수정하여 다시 진행해야 했고, 당연히 늦어지는 납기에 대한 물리적 책임도 떠안아야 했다. 다음 날, 그 업체의 높으신 임원분까지 내게 오셔서, 자기 업체를 믿고 진행한 것인데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서 되려 내게 미안해했다. 나는 누군가를 인정이나 누군가의 이익을 위하여 사사로이 봐주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더 속이 상했다.
또 다른 예는 이러했다. 한국 업체들이 그들의 생산지에서 제품을 만들어서 수출하는 모든 생산품이 본사가 있는 미국으로 납품되려면 미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관세가 부과되어야 했다. 아이템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생산지 국가에 따라 관세도 달라졌다. 그 관세를 확인하고 계산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본사의 바이어들과 한국 업체들 사이의 문제였으나, 중간에서 업무를 보는 우리가 우리 회사 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도 관계가 되니 자연스럽게 우리 업무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 그 당시의 관례였다. 항상 다루는 아이템의 경우는 따로 확인이 필요 없었지만 처음 새로 진행하게 되는 아이템은 조사와 확인이 필요했다. 그간의 경험으로 가장 유사한 아이템의 관세로 입력을 우선 해놓고 나중에 확인 후 변동을 서로 알려 주기로 하였는데 여기서 누락이 된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 새로운 아이템의 관세는 생각보다 높았고 그것은 이내 단가에 반영이 되어 가격이 높아져 버렸다. 마지막 가격에서 바이어는 양보할 수 없었고, 그렇다면 제품 단가에서 업체도 이윤이 떨어지게 되었다. 당시 거래하던 업체들 중에는 대기업, 중견 기업도 있었지만 하필이면 특수한 아이템을 다루는 소기업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 업체 사장님을 직접 찾아가서 그렇게 된 상황과 예상되는 손실 금액을 솔직하게 말씀드린 후,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드렸다. 그리고 함께 해결 방안을 의논했다. 업체 사장님께서는 고민하시더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고 손실을 감수하며 생산을 진행해 주셨다. 다행히 그 업체의 다른 아이템들의 현황이 좋아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 드리고 미안해하는 나의 마음을 받아들여 주셨던 것이었다.
문제는 그런 나의 실수와 잘못된 판단들이 단지 실수로만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수를 뼈 저리게 느낀 후에는 유사한 실수를 다시는 하지 않으려고 확인, 재확인을 했다. 그리고 좀 더 신중히 판단하려고 여러 번 생각했다.
이후 나는 나의 예전의 실수들을 생생한 경험담으로 엮어서 현실적인 교육 자료들(Case Study or On-the-job Training)로 활용, 창피함을 무릅쓰고 후배들에게 알려 주었다. 그들은 나와 같은 그런 실수들을 하지 않도록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었다.
실수를 깨닫는 순간은 항상 징조가 있었다. 뭔가 그냥 지나친 느낌은 짧은데 이내 잊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뭔가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먼저 느끼는 순간이 더 많았다. 그럴 때는 등이 오싹하고 순간적으로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 마치 전철 안에서 깜빡 졸다가 깜짝 놀라 깨는 순간이, 바로 내가 내려야 하는 그 역에서 문이 닫히면서 곧 출발할 때의 느낌과 흡사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당연히 자괴감과 자책감에 빠져들었지만, 그것을 적절히 털고 일어나는 것도 중요했다. 그런 일반적인 실수와 잘못을 하는 바보 같은 나 스스로 때문에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지만, 당장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도 나 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뒤 깨달은 것은, 모든 자의나 타의에 의하여 발생하는 문제들 또는 자연, 천재지변에 의한 사건 사고들은 결국은 시간과 돈이 해결해 준다는 것이었다. 둘 다 심각하게 중요한 요소들이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유명한 영화 속의 한 대사처럼, 그것을 극복하고 똑같은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그리고 그것이 실패로까지 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었다.
* Note : 위의 몇 가지 예들은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했던 실수들에 불과하다. 당연히 수많은 실수와 잘못된 판단들을 했었다. 그러면서 우리 모든 직원들의 업무에 대하여, 가장 초창기 시절의 우리 한국 지사 지점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1% 업무 지시 후, 그 외 99%는 확인"이라고. 이것은 믿지 못하고 일일이 의심하고 참견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그만큼 책임감 있는 확인만이 실수를 줄이고 결국은 그것이 우리 소비자들에게는 만족감을, 우리 회사에게는 믿음과 신뢰를, 그리고 우리 업체를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업무에 있어서 나도 이후에 부서장이 되고 팀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신속"과 "정확", 이 두 가지는 모두 중요한 요소이지만, 만약 굳이 둘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신속보다는 정확이라고 말하였다.
실수는 그저 실수로 가벼이 여기지 않고 또 다른 실수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회에 나가서 저지르게 되는 실수와 잘못들은 뭔가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순 실수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뭐 이런 것쯤이야'로 여길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이 여러 번 반복되면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실수가 아니고, 그런 사람 또한 단순한 실수를 하는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실수와 잘못에서 그 중요성의 강도는 없다. 모든 업무는 중요하고, 단지 실수와 잘못으로부터 오는 결과, 피해의 정도만 다를 뿐이다. 그 결과들이 이어져 능력이나 인성, 더 나아가 인생의 실패가 되지 않도록 항상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이긴 하지만, 그것은 그 모든 것을 다 극복했을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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