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2편 한국인의 저력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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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네시아, 2편 한국인의 저력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0. 9. 5. 22:39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에서의 하룻밤이 지났다. 다음 날은 아침 일찍부터 일정을 시작하기로 되어 있었다. 전 날 밤, 피곤한 상태에서 잠에 깊이 빠져 들었으나 이른 새벽 4시경에 선 잠을 깨었었다. 호텔 창문을 통하여 이슬람 사원으로부터 예배 소리가 들렸다. 다시 잠이 들었다가 알람 울리는 시각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호텔 로비에서 어제 만났던 우리 회사 인니 지사의 책임자로 있는 동료를 만나 일찍 출발하였다. 그 날의 일정은 자카르타에서 꽤 떨어진 "반둥"이라는 지역을 가기로 했다. 동료가 직접 운전하는 차는 출근 시간 러시 아워(Rush Hour)를 피해 도시 중심을 빠져나와 바로 고속도로 같은 도로를 질주했다. 인니 토박이인 동료는 지리에 밝고 운전도 잘하니 여러모로 나는 덕을 많이 보게 되어 좋았다. 인니 지사의 검사 부서를 책임지고 있고 여러 직원들을 관리하니 사람 대하는 면도 특출 났다. 외향적이고 쾌활한 성품의 그와 빨리 친해졌고 우리는 기나긴 차 안에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방문하게 될 업체와 공장 이야기도 하고, 서로의 가족 이야기도 하고, 우리 회사의 단점을 같이 흉보기도 하고, 직장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푸는 방법도 나누었다. 그의 부서가 담당하는 업무는 우리 회사가 담당하는 모든 업체의 품질 관리를 위해 단계별로 업체와 업체가 생산하는 물품의 수준이 회사가 지향하는 일정 수준이 되었는지 관리 감독하는 역할이었다. 나와의 역할은 아주 달랐으나 서로의 협업을 통하여 회사의 같은 목표를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동일했다. 그와 그의 팀원들은 직접 생산 현장에 가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는 인니에서 관리해야 하는 지역이 워낙 넓고 교통 사정이 어려우니 그 당시에도 나름 합리적인 방법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교통으로 인해 도로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업무의 효율성은 높이기 위해, 팀원들의 집 위치와 인접한 지역들로 각기 관리 지역을 나누었다고 했다. 집에서 바로 업체의 생산 현장으로 출/퇴근하면서 업무를 보고, 일주일에 한 번, 일정 요일과 시간에만 자카르타의 지사 사무실로 모여서 회의를 하며 의견을 교환한다고 했다. 지금이야 IT 기술의 발달과 여러 여건들로 인해 원격 조정, 온라인 미팅 등을 하고 있지만 그 당시 (2000년대 중후반)만 해도 여건에 따라 다소 아날로그적이지만, 나름 효율적인 방식들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의 오래된 경험과 똑똑한 관리로 나는 많은 인니의 업체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업체와 각 공장에 대하여 아주 잘 파악하고 있는 그를 통해 내가 진행하는 업무와 연관을 지어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호텔 출발부터 약 3시간가량의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도착한 반둥이라는 지역은 자카르타와 그 인근 지역의 임금과 땅 값이 너무 올라, 도심 외곽의 다른 지역에 만들어진 또 하나의 산업 단지를 이루고 있었다. 그 당시 그 지역에는 아직까지는 내가 담당하는 업체와 프로그램이 직접 진행되고 있지는 않았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기 위한 답사 차원의 방문이었다. 방문한 업체의 현지 담당자는 내가 다른 나라와 인니의 다른 지역에 이미 많은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와 동일한 업체 소속이었기 때문에 인니의 반둥 지역도 향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적극성을 보여 주었고 그에 해당하는 가능성들을 현장에서 설명해 주었다. 이어 반둥의 다른 업체 한 군데를 더 방문하는 것으로 그날의 일정을 마감하였다. 워낙 지역이 넓고 이동 시간이 길어서 하루에 방문하는 업체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동료와 업체 현지 담당자와 함께 자카르타로 돌아와서 또 다른 인니 레스토랑으로 가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그곳은 전 날 밤 갔던 푸젼 인니 음식과는 조금 다른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인니 레스토랑이었다. 인니에 오래 머무르는 외국인들도 알게 되면 좋아하는 장소라고 했다. 동료가 가장 인기 있는 인니 음식 메뉴들을 알아서 주문해주니 편했다. 풍부한 해산물과 각종 육류와 건강한 채소들을 인니 특유의 소스들로 요리했다. 식재료 본연의 맛보다는 인니 고유의 소스와 향신료들이 강했으나 나는 맛있게 즐겼다. 그렇게 또 긴 하루의 일정을 정리한 후, 호텔로 돌아와 다시 쓰러져 잤다. 묶는 호텔의 여러 가지 시설을 이용할 시간적 여력이 없었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저녁까지 먹고 들어오면 하루의 여정이 길어서 지쳐 쓰러져 곧바로 잠들었다. 그리고 매번 새벽녘의 이슬람 사원의 예배 소리로 잠시 그곳이 인니라는 것을 확인한 찰나 다시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 잤다.

     

    3일째 되는 날도 역시 먼 지역으로 이동 계획이 있어서 나와 지사 동료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그날은 "수까부미"라는 지역이었는데 역시 편도만으로도 3~4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그곳은 한국 업체 중에 R & D 실력이 뛰어난 업체의 생산 공장이 있어서 인니를 방문하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었다. 일단 자카르타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타다가 다시 지방 국도 같은 도로를 오래 달려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또다시 인니만의 진풍경을 발견했다. 고속도로를 타다가 일정 지역의 톨게이트 같은 곳에서 동료가 누군가와 연락을 취하는 듯했다. 그 지역에서는 일정의 수고비를 지불하면 지역 순찰대가 호위하듯이 우리 차량을 엄호하고 간간히 사이렌 소리도 내면서 막히는 교통을 뚫고 요리조리 먼저 주행하여 좀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 한정된 국도 도로에서 그 흐름대로 가려면 시간이 너무 늘어져서 업무를 제대로 볼 시간이 줄어든다고 했다. 다소 어이없는 별의별 상황이 다 있었지만 어쨌든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도로 상황 속에서 우리 일행은 3시간 이내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지역은 인니의 아주 지방 외곽 지역으로 그런 곳에 공장이 있다는 것이 의외일 정도였다. 그야말로 왕복 2차선 도로인 곳이 대부분이었고 비로소 내가 동남아의 어떤 수풀이 우거진 시골 지역에 와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대체 어디서 어떻게 수급하는지부터 궁금했다. 인니는 세계 4위일 정도로 인구가 많고 특히 젊은 생산 인구도 풍부한 나라였다. 평소에는 농사를 짓는 지역 생산 인구에게 더 좋은 임금을 준다고 하면 멀리서도 곧잘 모여든다고 했다. 대신 각기 자기 집안의 일정한 농사 일정은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집이 너무 먼 곳에 있을 경우에는 평일에 머무를 수 있는 공장 내의 기숙사를 제공한다든지 버스 같은 전세 차량을 아예 대절하여 출퇴근을 돕기도 한다고 했다. 그 먼 곳까지 가서 여러 방안들을 고안해서 산업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인들이었다. 절로 경외감이 생겼다.

     

    아주 외진 지역에 공장이 있었으니 땅 값이 상대적으로 아주 저렴하니 공장의 규모를 아주 크게 잘 설립해 놓고 한국으로부터 파견된 직원들을 위한 공간들도 신경 써서 배려있게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하기까지는 손재주와 습득 능력이 뛰어난 동남아, 그중에서도 인니 지역의 풍부한 노동력과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공장의 시설과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어려움, 앞으로의 계획들을 두루두루 듣고 보고 관찰하게 된 소중한 방문이 되었다.

    중남미 지역처럼, 동남아 지역 업체의 생산 공장들에도 역시 해외에서 한국 음식을 담당하는 인력들이 있었다. 한국으로부터 파견된 조리사들이 일정 기간 동안 그 지역 현지인들에게 한국 음식 조리법들을 전수한 후 현지화하였다. 마치 한국 명절 음식 메뉴들처럼 잘 차려진 음식들이 우리 일행을 반겨 주었다. 나의 동료는 한식을 매우 좋아한다고 보자마자 입맛을 다셨다. 우리 일행이 맛스럽게 열심히 먹는 것이 준비해 주신 분들에 대한 최대한의 감사 인사가 되었다. 긴 도로 운행을 이른 시각부터 한 후에 배불리 먹으니 바로 식곤증이 몰려왔으나 강한 인니 커피를 들이키며 정신을 차린 후, 인근 지역의 다른 업체도 방문하고 서로 비교 분석하며 다시 자카르타로 향했다.

     

    저녁은 동료가 중국식으로 먹자고 하며, 자기 선대의 피에는 사실 중국인의 피가 섞여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인니 현지인들보다 피부색도 좀 하얀 편이고 골격도 좀 다른 듯해 보였다. 인니 지역의 상류 지식인과 부유층으로 갈수록 중국인들이 많다고 누군가로부터 들은 바가 있었다. 나는 너무 피곤하여 자장면이나 한 그릇 먹고 일찍 호텔로 가서 쉬고 싶었으나 간결하면서도 맛있는 자장면은 한국에만 있는 모양이었다. 인니의 중국 음식은 인니 특유의 향신료가 가미된 인니만의 중식으로 재탄생되어 있었다.

     

    마지막 날은 다시 자카르타 인근 지역의 공장들을 방문하기로 했다. 각 지역의 시간대별로 교통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동료가 지름길들을 이용하다가 거의 도로를 역주행할 뻔한 일이 발생했다. 내가 놀란 마음을 진정한 후 옆에서 째려보자 동료는 뒤통수를 긁으며 멋쩍게 웃었다. 이미 지난 며칠간의 차 안에서의 긴 여정으로 친해지고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 둘 다 서로 장난치며 농담하는 것을 좋아했다. 계속 운전을 하는 동료가 졸렵지 않고 지치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 나는 역주행을 수습한 동료에게, 우리 둘이 여기서 역주행하다가 죽으면 회사에서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냐고 또다시 농담을 했다. 동료는 그런 식의 나의 농담을 좋아했고, 그 이후로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서로 장난치고 농담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일을 할 때는 둘 다 엄격했다.

     

    마지막으로 방문하게 될 업체는 실력은 평이하고 가끔 규정을 어기는데 자기네 스스로는 너무 잘하고 있다고 과신하고 있는 업체였다. 동료와 나는 사전에 작전을 짜고 각본을 마친 후, 그동안의 여러 분석 결과를 들이밀고 더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당근과 채찍의 원리를 이용했다. 근본적으로 그 먼 해외의 나라까지 가서 정착을 하고 고생하며 일하는 모든 한국인과 한국 업체들에게 연민의 정과 애틋함이 있지만, 또한 그런 이유로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계속 발전하려면 안이한 생각을 해선 안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인도네시아에서의 첫 출장 일정을 마감하며 나는 만감이 교차했다. 기본적으로 인니 국민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 당시 마침 K-Pop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몇몇 한국 가수들이 인니의 젊은 세대로부터 인기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 당시는 가수 "비(Rain)"가 인니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콘서트를 기획하여 내가 한국인임을 알게 되면 인니 사람들은 바로 비 이야기를 꺼낼 정도였다. 나라 자체도 넓고 인구도 많고 앞으로 개발될 부분이 무궁무진한 인니의 앞 날이 궁금한 체로 나는 다음 일정을 준비하여야 했다. 마지막까지 좋은 시설의 호텔에서 나는 침대와 샤워 시설만 이용하며 체크 아웃(Check-Out)을 했다.

     

    * Note : 수도인 자카르타를 빠져나오면 또 다른 인니의 얼굴들과 마주하게 된다. 워낙 지역이 넓고 인종과 종교, 문화가 다양하니 각양각색의 개성으로 넘쳐났다. 마치 팔색조 같았다.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지역 구석구석마다 한국인들이 진출하여 여러 난제를 극복하고 해결책을 찾고 또다시 경쟁과 발전의 가도에 서있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도시의 거리마다 한국 브랜드가 쉽게 눈에 띄고 한국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도 가슴 뿌듯한 일이었다.

     

    여러 모습을 보이는 인니는 분명 무한한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희망의 나라일 것이다. 나라의 세대가 젊고 풍부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젊고 유능한 국가 지도자가 인니 국민들로부터 그 당시 신임을 받고 있었다. 내가 전해 듣고 매체에서 본 지도자 역시 똑똑하고 현명하며 예의 있어 보였다. 실제로 인니의 산업 발전을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종종 전해진다. 여러 가지 이유들로 나 또한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는 나라, 인도네시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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